안녕하세요.
처음으로 인사드려요. ^-^)/
저는 이번에 한국에서의 미술 체험에 관해 이야기를 할 계획을 가지고 있는 닉네임 '빈스'입니다.
'한국에서의'라는 말에서 짐작을 하실 수 있듯이 저는 한국에서 대학원에 재학중이구요,
미술사를 공부하고 있어요.
고해커스는 제가 토플 공부를 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던 2002년 경부터 지금까지
자주 들어와서 보던 곳이라 그런지 저에게는 왠지 친숙한 공간이예요.
지구촌특파원이 생긴 이후에 이곳에서 다른 나라에 계시는 분들의 즐거운 생활을
자주 들여다보곤 했는데 (실은 고해커스 안에서 제일 자주 들어오는 공간이예요ㅋ)
문득 외국에 계신 분들에게는 한국 이야기도 궁금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제가 한국에 관해 할 수 있는 이야기는 무엇일까 생각을 한 끝에
제가 공부하고 있는 분야이기도 하고 조금은 접하기 힘든 분야일
미술에 관해 이야기를 하면 어떨까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외국에 계신 분들의 즐거운 이야기들로도 읽을거리가 가득한 이곳에
한국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 분위기를 흐리는 것이 아닐까 걱정 중이기도 하답니다^-^;)
저는 한국에서 (서울이라는 도시만을 한정해서 살펴보진 않을꺼예요)
열리고 있는 미술 전시를 마치 여행하듯이 살펴보고 즐겁고 편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갈 생각이예요.
물론 저도 아직 배울것이 많은 학생이라 부족한 점도 많겠지만,
즐겁게 봐 주셨으면 해요. 잘 부탁드릴께요! ^0^
그럼, 이번에 들려드릴 전시에 관해 이야기 할께요.
이번에 제가 다녀온 전시는 덕수궁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페르난도 보테로' 전이예요.
페르난도 보테로라는 화가에 대해서는 이미 알고 계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친숙한 이름이 아니신 분들도 있을꺼예요.
하지만 그의 작품들을 본다면 한두번쯤은 봤을 듯한 작품이라고 생각할 만큼
그의 작품 성향은 다른 작가들과 뚜렷하게 구분이 된답니다.
춤추는 사람들 Dancers, 2000, 캔버스에 유채, 185x122cm
어떠세요? 한번쯤은 본 그림이라는 생각이 드시죠?
그는 마치 풍선처럼 부풀어진 형태로 사물을 표현하고 그것을 통해서
사물이나 사람 등 그림안에서의 대상에 대해 자신만의 해석을 하고 메세지를 주려고 했다고 해요.
이 그림에서는 라틴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있는 사람들을 그의 독특한 화법으로 표현을 했는데,
그는 이처럼 라틴의 삶과 사람들에 초점을 맞추어 그가 속한 사회의 모습을 다루기도 했답니다.
이를 통해서 자신이 살아 온 세계로 우리들을 초대하고 라틴이라는 세계를 좀 더 관심을 가지고
바라볼 수 있게 하려는 그의 의도를 알 수 있는 거죠.
이번 전시는 라틴의 삶과 사람들을 다룬 코너와 함께 고전의 해석, 투우, 서커스라는 코너로 나뉘어
구성이 되었는데요. 차례대로 살펴 볼께요.
고전의 해석은 다른 종류의 그림들보다 그의 독특한 화법이 두드러져 보이는 주제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보테로, 벨라스케스를 따라서 After Velazquez, 벨라스케스, 왕녀 마르가리타, 1656,
2006, 캔버스에 유채, 205x176cm 캔버스에 유채
오른쪽의 그림이 17세기 바로크시대의 화가 벨라스케스의 <왕녀 마르가리타>라는 원작이고
보테로는 이 작품을 왼쪽과 같이 자신만의 화법으로 변화시켜 표현을 했어요.
고전을 차용하여서 재창조하는 방식은 이러한 걸작들을 창조한 거장들에 대한 경의를 표함과 동시에
회화에서 중요한 것은 작품의 주제가 아니라 같은 주제의 그림도 전혀 다른 방법으로
다른 분위기를 창출해 낼 수 있다는 그의 견해를 나타내는 것이라고 해요.
작품 하나를 더 볼께요.
보테로, 반 아이크의 <아르놀피니 부부>를 따라서, 반 아이크, 아르놀피니 부부, 1431,
The Arnolfini after Van Eyck, 2006, 캔버스에 유채, 82x59.5cm
캔버스에 유채, 205x165cm
오른쪽의 작품은 한번씩은 보셨던 작품이죠? 이 작품은 아르놀피니 부부의 결혼을 그린
르네상스 화가 반 아이크의 작품이랍니다. 이 그림을 재해석한 왼쪽의 보테로의 그림은
부푼 형태의 그의 화법도 주목해야 겠지만 자세히 그림을 바라보면 보이는 작은 차이점들을
발견하는 재미도 쏠쏠해요. 저도 전시장에서 이 그림을 보면서 차이점을 발견하는 게 꽤 재밌었거든요.
앞에 있는 신발의 모습과 배치, 강아지의 모습의 변화된 모습도 재미있지만
두 부부 사이 뒤편에 걸린 거울을 보면 원작에서는 두 부부의 모습과 함께
이 결혼의 증인인 신부의 모습이 보이지만 보테로의 그림에서는 두 부부의 모습밖에 보이지 않아요.
그리고 가운데 윗부분에 초를 사용하는 상들리에를 보시면 원작에서는 촛불이 하나 켜져 있어요.
이것은 혼인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하는데 보테로의 그림에는 촛불이 하나도 안 켜져 있죠.
그리고 원작에서 거울 왼쪽에 걸린 묵주나 거울 위에 필기체로 쓰여진 글씨 (반 아이크가 여기에 있었다..라는
뜻의 라틴어로 그가 이 결혼의 증인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고 하네요) 등이 보테로의 그림에서는 없죠.
전시에서는 이 차이점에 대해서 설명해 놓지는 않았지만 이러한 차이점들을 발견하면서
보테로는 이 그림에서 무엇을 말하려고 했을까 한참을 생각했답니다.
"나는 이 결혼 반댈세" 이런 의미일까요? ^-^;;;;;
아무튼 이런 고전의 재해석을 하는 작품도 있었고,
그가 어렸을 적부터 접했던 투우에 관한 작품도 많이 남겼는데 역시 전시가 되었네요.
투우 Bullfight, 2002, 캔버스에 유채, 98x144cm
이 작품은 투우를 하기 직전 투우사를 공개하는 순간의 모습을 그린 작품이라고 하네요.
죽어가는 소 Dying Bull, 1985, 캔버스에 유채, 110x160cm
위에 보시는 그림은 투우 도중 죽어가는 소를 묘사한 작품이예요.
작품 설명에는 죽어가더라도 용맹스러운 소의 모습을 그렸다고 되어 있었지만,
제 눈에는 왠지 안타깝고 불쌍한 느낌이 들면서 보테로 역시 죽어가는 소에 대한 미안함으로
이 작품을 그리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우리나라의 작가 이중섭이 자주 그렸던 소가 오버랩이 되었다면 오버된 생각일까요?^-^;;
죽마를 탄 광대들 Clowns on Stilts, 2007, 캔버스에 유채, 186x119cm
마지막으로 그는 서커스를 주제로 한 작품도 많이 남겼는데요.
서커스를 통해 보여지는 광대들의 화려한 의상 그리고 화려한 서커스 무대의 색감에 매료되어서라고 하네요.
그러고 보니 색감을 중시했던 그의 작품에 서커스는 딱 맞는 주제라고 할 수 있겠네요.
이 전시는 6월 30일부터 9월 17일까지 한답니다.
주말이기도 했지만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은 이 전시에 관람객들이 참 많았구요.
저도 기념품을 파는 아트샵에 들어가서 무언가 기념품을 사고 싶었지만 꾹 참고 나왔답니다.
그리고 이 전시는 덕수궁 안에 있는 덕수궁 미술관에서 하고 있어요.
덕수궁 미술관은 지난 학기 때 한국 근현대 미술 수업을 들으면서 자주 들었던 미술관이기도 해서
저에겐 조금 더 친숙한 미술관인데요.
덕수궁 석조전 서관이라고도 불리는 이 미술관은 한국 최초의 근대적 미술관으로 설립이 되었어요.
당시에는 '이왕가미술관'으로 불리어졌는데
이 '이왕가미술관'역시 이전에는 창경궁 내에 설치한 한국 최초의 박물관이었다고 해요.
석조전 동관과 함께 후에 해방 직후 미소공동위원회 회의실과 사무실 등으로 이용이 되기도 했고
우리나라의 문화재를 소홀히 여긴 미군정에 의해 때때로 댄스파티가 열리는 등
역사 속에서 많은 부침을 겪은 건물이기도 하죠.
그래서 그런지 이 미술관을 갈 때 마다 왠지 짠한 느낌도 들고
뭔가 더 소중한 우리의 문화유산이라는 생각이 든답니다.
1973년부터 1986년까지는 국립현대미술관으로 쓰이다가 이 미술관이 과천으로 옮겨진 후
지금은 국립현대미술관 분관인 덕수궁미술관으로 쓰이고 있답니다.
지금 보시는 사진 속 왼쪽의 건물이 석조전 동관이구요.
이 건물이 위의 서관 (덕수궁 미술관)보다 먼저 지어진 건물이고
고종이 외국인 건축가에게 의뢰를 하여 건축한 서양식 건축물인 것이죠.
미술관이 궁 안에 있어서 오고 가는 길도 참 이쁘고 미술관을 내려오는 계단에서 바라보는
경치도 참 좋아서 그림을 보는 것과는 또 다른 즐거움을 주는 미술관이랍니다.
예전에는 외국의 미술관들을 동경하고 가서 감탄하곤 했는데 (가 본 곳은 몇 군데 안되지만요^^)
지금은 이런 한국의 미술관들의 새로운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것이 또 다른 기쁨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지금 외국에 계신 분들도 한국에 오실 기회가 있으면
가까운 분들과 함께 한국의 미술관 나들이 가는 것도 꽤 좋은 하루를 보내는 방법이 될 것 같아요.
저같이 한국에 있는 사람들이 오히려 가까이 있기 때문에 모르는 한국 미술관의 매력을
더욱 깊게 느끼실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지금까지 처음으로 이야기하는 한국에서의 미술 체험 이야기 어떠셨는지 모르겠어요.
너무 길어서 읽다가 지치신 분들은 없었는지 ,
글을 재미없게 써서 흥미가 안 생기신 분들은 없었는지 걱정이 되네요.
하지만, 제 글을 통해서 미술이라는 것에 조금이나마 가까워지고
특히 외국에 계신분들을 위한 미술특파원 노릇을 조금이라도 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저는 참 기쁠 것 같아요. 진심으로요!
그럼 이번 이야기는 이 것으로 마치고 다음 미술 전시 이야기에서 뵐께요.^-^
참, 보테로의 전시에는 이런 조각 작업도 있답니다. 귀엽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