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한국에 돌아가려면 4개월정도가 남고, 학교 생활이 아예 끝나려면 2개월정도 남았지만 요즘 느끼는 것들이 많습니다.
1. 국가와 도시 선택에 대하여
저는 영국으로 왔습니다. 유럽 안의 국가이기 때문에 다른 유럽 국가로 이동이 쉽다는 점이 좋습니다. 여행을 하고 싶은 사람들은 유럽 내 국가를 생각해보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국가마다 인종 차별이 있는 곳도 있기 때문에 그런 건 신경을 써서 선택을 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친구가 프랑스 교환학생 중인데 아시아인이고 프랑스어를 못 해서 자주 인종차별을 받는다고 합니다. 이런 거를 신경 안 쓰는 사람이라면 상관없지만 상처를 잘 받는다면 고려해 보세요.
저는 처음에 도시가 꼭 그 나라의 수도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는데 수도이면 좋은 점이 여행 다닐 때 공항을 찾으러 멀리 갈 필요가 없다는 점입니다. 버밍엄이 교통이 잘 발달되어 있다고는 하지만 런던에서 출발하는 항공편의 수와 종류가 더 많고 가격도 훨씬 저렴해서 런던 출발 비행기를 많이 삽니다. 하지만 이렇게 하면 새벽 출발 항공편을 구매하기가 힘듭니다. 버밍엄에서 런던까지 2시간이 넘게 걸리고 지하철을 갈아타고 루튼 공항이나 게트윅 공항까지 가는 시간을 고려하면 최소 3시간이 걸리고 체크 인 시간 2시간 전까지는 도착해야 해서 넉넉하게 5-6시간이 필요합니다.
여행 계획을 짤 때마다 '아...런던이 아니라 불편하다.'를 느낍니다. 도시에 대해 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지만, 여행을 많이 다니고 싶으신 분은 이 점도 고려해보세요. 프랑스에서 교환 중인 친구는 파리가 아닌 다른 도시에서 하는데 그 친구도 여행 가고 올 때마다 파리에서 또 기차를 타고 기숙사로 와야 하는 게 불편하다고 했었습니다.
2. 학교 선택에 대하여
처음에 교환학교를 선택할 때 학교의 유명한 정도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그렇게 중요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한 학기 혹은 두 학기 동안 학교 수업을 들어야 할 곳이므로 수업의 질과 학생의 수준이 되도록 좋은 학교일수록 좋은 것 같습니다. 저는 아스톤 대학교와 한국의 대학교를 비교하면서 한국의 제 대학교가 수업의 질이나 학생들 수준이 훨씬 좋다는 걸 느끼고 그리움도 느꼈습니다.
3. 기간에 대하여
한 학기면 공부하기도, 여행하기도 조금 애매한 기간인 것 같습니다. 한 학기가 은근 짧아서 이 곳의 정규학생들과 깊은 관계를 맺기도 힘들다고 저는 느꼈습니다. 하지만 이건 사람마다 다른 것 같기도 합니다. 대부분 한 학기면 다른 친구들이랑 어떻게 지내야 할지 어려워하고 교환학생들과는 오히려 좀 더 잘 지내지만, 어떤 친구들은 교환학생이든 정규학생이든 두루두루 잘 지내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는 1년이 더 좋다고 생각합니다.
4. 친구 사귀는 것에 대하여
우선은 자신이 노력해야 하고 마음이 맞는 친구가 있다면 어렵지 않은 것 같습니다. 초반에 교환 학생 모임에서 마음 맞는 친구들을 최대한 많이 만드는 게 좋은 것 같습니다.
5. 언어에 대하여
영국에 처음 왔을 때는 '내가 영어를 정말 못 하구나'라고 느낄 만큼 영어도 못 알아듣고 말도 잘 못 했었는데 언제부턴가 자연스레 들리고 말하게 된 것 같습니다. 초반에는 어렵고 적응하기 힘들겠지만 곧 잘하게 될 것 같습니다. 그전까지는 분명 힘들고 어려울 것입니다.
6. 사람들에 대하여
제가 영국 버밍엄으로 간다고 하니 영국 친구가 인종 차별이 있을 수 있으니 조심하라고 말을 해줬지만 초반에는 잘 느끼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요즘 부쩍 자주 느끼고 있습니다. 학교 내에서도 애들이 가끔 'Ni hao'라고 하거나 비아냥대는 말투로 말을 걸을 때가 있습니다. 니하오라고 말을 건네는 게 정말 중국인이라 생각해서 인사를 하는 건지 아니면 뭔지 잘 모르겠습니다. 니하오라고 하면 난 중국인이 아니고 한국인이라 중국말을 못 한다. 이렇게 설명하면 한국은 일본이냐? 한국은 필리핀이냐? 이런 말도 안 되는 대답이 돌아오기도 합니다. 아마 아시아에 대해 잘 모르고 지식이 없어서 그런 것 같습니다. 이외에는 인종 차별이라고 느껴질 만한 기분을 받은 적은 없습니다.
수업에서도 삼성, LG, 현대에 대해 수업할 때가 많아서 학생들도 '한국'하면 삼성, LG, 현대, K-POP, 빅뱅, 지코를 떠올려서 한국에 대해 알고 있습니다.
7. 전반적인 것
교환학생을 다녀온 선배들이 '교환학생으로 오기 전에 무엇을 하고 싶은지 명확히 하고 오라. 안 그러면 아무것도 못하고 끝날 수가 있다'라는 말을 했는데 그 말을 요즘 느끼고 있습니다.
교환학생을 와서 할 수 있는 건 많습니다.
여행, 공부, 한국 친구 사귀기, 외국 친구 사귀기, 연애 등등... 이중에서 모든 걸 다 하려고 하면 짧은 시간이라서 모든 걸 겉핥기식으로만 하고 끝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면 할 일이 없을 때 무료함을 느끼고 아무것도 안 하고 시간을 보내버릴 수도 있습니다.
교환생활동안 하고 싶은 버킷 리스트를 구체적으로 만든다면 교환을 오고 난 후에 무료할 때 그 버킷 리스트를 보면서 '어떤 걸 해볼까?'를 생각해 볼 수도 있고, 점점 무료해지는 자신을 좀 더 부지런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