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한 솔직하고 도움이 되는 답변을 구하기 위해 익명임에도 가능한 한 최대한의 정보를 공개하겠습니다.
일단 배경설명부터 드릴게요.
정치학(political science)이구요, 작년(2020년) 1월 박사 4년차 중 원래 있던 미국 박사과정에서 해고당했습니다.
해고당한 이유는 박사논문 진행 부진이었구요, 당시 논문을 시작한 지 1년이 막 되어 가던 시점이었습니다.
구 지도교수는 자신이 설정한 시간표와 기준(quality)에 맞추어 제가 논문을 진행시키지 못하는 데 불만을 가졌습니다.
저는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코스웍 퀄 모두 문제없이 끝냈습니다. 펀딩도 계속 있었구요.
4년차 들어갈 즈음(2019년 여름)부터 반복적으로 "못 따라오면 석사학위 받고 나가는 게 낫다"는 경고를 반복해 들었습니다.
저는 위의 경고를 더 열심히 하라는 채찍으로 받아들였습니다. 주변에서도 퀄 통과 이후 나가는 케이스는 없었다는 말을 들었구요.
그래서 선제적으로 지도교수를 바꾸라는 일각의 충고에도 버텼습니다.
참고로 지도교수가 과에서 영향력이 막대한 시니어 중 하나라 충고가 현실적이지 않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결국 겨울방학 직후 커미티 미팅을 열어 제 향후 논문 진행 계획을 들은 후, 저를 내보낼 것을 대학원 주임에게 공식 통보했습니다.
그 다음날 대학원 주임과의 짧은 미팅 후 공식적으로 해고당했습니다.
일단 해고당했던 시점 기준으로 지원 사이클이 거의 끝나 있었기에, 작년에는 아무 곳에도 다시 지원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박사과정을 나온 후 지난 1년 동안엔 한번 해고당한 것에 대한 트라우마 때문에 다시 박사과정에 들어간다는 게 두려웠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지금도 두렵습니다. 하지만 지난 1년 동안 정출연 몇 곳을 석사 계약직으로 전전해 보니 이 쪽에서 커리어를 이어가려면 박사가 필수적이네요. 그래서 일단 다시 마음을 다잡고 진학을 준비중입니다.
여기까지 배경이고, 이제 질문입니다.
1. 예전 박사과정의 이력을 감안할 때, 박사과정 재진학이 현실적으로 가능할까요?
듣기에 스스로 그만둔 게 아니라면, 박사과정 중도 탈락의 이력은 재지원에 매우 불리하게 작용한다고 들었습니다.
이력서에 3,5년짜리 석사로 나올 것이기에 숨길 수도 없고 그렇다고 그 기간을 공백으로 둘 수도 없구요.
혹 비슷한 이력으로 재진학에 성공한 분이 계시다면, 경험을 나누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2. 미국이 아닌 다른 곳, 특히 대륙 유럽 쪽 정치학 박사학위과정은 어떤 점에서 다르며 잡 마켓에서는 어떤가요?
저는 1의 이유로 현재 미국보다는 영국, 대륙 유럽, 그리고 한국의 세 선택지를 고려하고 있습니다.
불행하게도 제 주변에는 정치학으로 미국 밖, 특히 영국이나 대륙 유럽에서 박사학위를 한 사람이 없습니다.
혹 영국이나 대륙 유럽, 특히 북유럽이나 독일에서 학위과정에 있으시거나 하신 분이 있다면 경험을 나누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3. 한국(모교)에서 박사과정을 하기로 마음먹었다면, 꼭 석사 시절 지도교수에게로 가야 입학이 가능할까요?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석사 시설 지도교수에게서 학위논문과 진학 면에서 좋은 지도를 받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제 석사논문 커미티에 계셨거나 제가 수업을 들었던 다른 교수님들이 더 많은 도움을 주셨습니다.
따라서 박사과정에 진학하더라도 가능하다면 다른 교수에게 지도를 받고 싶은데, 이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한지 궁금합니다.
모교로의 진학을 바로 선택하지 못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석사 지도교수를 외면한다면 입학 자체가 힘들 것 같아서요.
참고로 저는 서연고 중 한 곳 석사과정을 나왔습니다.
이상입니다. 다소 불편할 수 있는 이야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여기 계신 모든 박사과정생 분들이 절대 저같은 경험을 겪지 않으시고 내내 건승하시길 바랍니다.